계약서를 받아보니 또 3개월입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습니다. 벌써 여섯 번째입니다. 그런데 왜 한 번도 1년짜리를 안 줍니까. 이번 3개월이 지나면 나가라는 뜻입니까.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오늘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계약 기간이 3개월이라고 해서 여러분 권리가 3개월짜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퇴직금도, 연차도, 주휴수당도, 4대보험도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3개월 뒤에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 두 가지만 알고 계시면 계약서 기간 칸을 보고 밤에 잠 못 이루실 일은 줄어듭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 3개월 계약이어도 그대로 남는 것들
가장 먼저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계약을 3개월씩 끊어 썼어도, 중간에 끊기지 않고 이어서 일하셨다면 그 기간은 **합쳐서 셉니다.**
3개월 계약 다섯 번이면 1년 3개월 근무입니다. 계약서가 다섯 장이라고 해서 근무 경력이 다섯 조각으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이게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됩니다.
**퇴직금**은 계속 일한 기간이 1년을 넘으면 생깁니다. 3개월 계약 네 번을 이어서 하셨으면 퇴직금 대상입니다. 계약이 짧다는 이유로 안 주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연차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1년이 안 됐어도 한 달을 개근하면 하루씩 쌓입니다. 1년을 넘기면 그때부터 열다섯 개가 생깁니다.
**주휴수당**은 계약 기간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을 채우고 그 주에 다 나오셨으면 나옵니다.
**4대보험**도 그렇습니다. 계약이 3개월이라고 해서 가입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계약서의 기간 칸은 **언제까지 일하기로 정했느냐**를 적는 칸이지, 여러분이 어떤 대우를 받는 사람인지를 정하는 칸이 아닙니다.
## 그럼 회사는 왜 3개월씩만 줍니까
여기가 제일 궁금하신 부분일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여러분을 못 믿어서가 아닙니다. 회사가 약속할 수 있는 기간 자체가 짧아서입니다.
용역회사는 여러분이 일하시는 그 현장을 **영원히 맡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관리주체와 맺은 계약이 대개 1년 단위이고,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정해집니다. 그때 업체가 바뀌면 그 회사는 그 현장에서 물러납니다.
즉 회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내년에도 그 자리에 있을지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확신 못 하는 기간까지 계약서에 적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 계약이 끝나는 날에 맞춰 근로계약도 끊어 쓰는 관행이 생겼습니다. 3개월, 6개월로 잘게 쓰는 곳도 있고, 현장 계약 종료일에 딱 맞춰 쓰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회사 사정입니다. 이해하실 필요는 있지만, **받아들이실 필요는 없습니다.** 왜 그런지 다음 항목에서 말씀드립니다.
## 구조가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오늘 글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계약 기간이 3개월이면 3개월 뒤에 회사가 아무 말 없이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런 경우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기간은 끝났지만, **그동안의 관행이나 사정을 보면 당연히 다시 계약될 거라고 믿을 만했던 경우.** 이런 믿음을 갱신기대권이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계속 일하게 될 거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법원 판단은 이렇습니다.
>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 —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다51674 판결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그런 믿음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재계약을 거절하면, 그것은 **부당해고와 똑같이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그럼 어떨 때 그런 믿음이 인정되느냐. 법원은 여러 가지를 함께 봅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갱신됐는지. 그동안 별문제 없이 자동으로 이어졌는지. 회사가 재계약 기준이나 절차를 따로 두고 있었는지. 하시는 업무가 계속 필요한 일인지.
경비나 미화 업무를 떠올려보십시오. 그 자리는 없어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사람이 바뀔 뿐 일 자체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대부분 별말 없이 계약서만 다시 써왔습니다.
이런 사정이라면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무조건 이긴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갱신 거절이 인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끝입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 그런데 딱 한 경우, 얘기가 달라집니다
여기서 나이 이야기를 하나 해야 합니다. 이걸 모르시는 분이 정말 많습니다.
원래 법에는 이런 규칙이 있습니다. 기간을 정해 사람을 쓸 수 있는 기간은 2년까지입니다. 계약을 몇 번 다시 쓰든, 이어서 일한 총 기간이 2년을 넘으면 그 사람은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가 된 것으로 봅니다. 회사가 도장을 다시 찍어주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만 55세 이상인 사람과 계약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2년 규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5년을 일하시든 10년을 일하시든 자동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경비 현장에 계신 분들 연세를 생각하면 대부분 여기 해당합니다. 3개월 계약이 몇 년째 반복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만 55세인지를 언제 기준으로 보느냐**입니다. 답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그날입니다. 지금 몇 살인지가 아닙니다.
만 56세에 처음 들어오셨다면 예외가 맞습니다. 그런데 **만 53세에 들어오셨다면 다릅니다.** 들어올 때 55세가 아니었으니까요. 그 뒤에 근무하다가 55세가 되셨더라도, 계약을 맺던 그날에는 예외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다툰 사건이 있습니다. 입사할 때도 계약을 다시 쓸 때도 만 55세 전이었고, 근무 도중에 55세가 된 분이었습니다. 법원은 계약을 맺던 그날 나이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분은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근로자로 전환된 것으로 봤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11. 12. 2. 선고 2011구합30694 판결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만 55세가 넘어 들어오셔서 이 예외에 해당하시더라도, 앞에서 말씀드린 갱신기대권 문제는 **별개로 남습니다.** 2년 규칙에서 빠졌다는 것과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그래서 무엇을 하시면 되느냐
세 가지만 하십시오. 오래 안 걸립니다.
**하나, 계약서를 전부 모아두십시오.** 첫 계약서부터 지금 것까지 다 있어야 이어서 일했다는 것이 증명됩니다. 없으면 급여명세서나 통장 입금 내역이라도 챙겨두십시오. 이게 나중에 제일 중요한 서류가 됩니다.
**둘, 맨 처음 계약서의 날짜와 그날의 내 나이를 확인하십시오.** 만 55세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생일이 지났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셋, 재계약 얘기가 나왔을 때 이유를 물어보십시오.** 물어본다고 불이익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안 묻고 있다가 나중에 다투는 것이 훨씬 불리합니다. 가능하면 문자나 메신저로 물으십시오. 기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재계약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으셨는데 납득이 안 되신다면, 그냥 접지 마시고 한 번 물어보십시오. 무료입니다. 고용노동부 상담은 국번 없이 1350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재계약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으면 끝난 겁니까**
그 문구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법원은 계약서 문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운영돼왔는지를 함께 봅니다. 문구는 있는데 실제로는 몇 년째 자동으로 갱신해왔다면, 그 실태가 판단에 들어갑니다.
**중간에 며칠 쉬었다 다시 들어왔는데도 이어서 일한 걸로 봅니까**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공백이 얼마나 길었는지, 왜 끊겼는지, 전후 업무가 같았는지를 함께 봅니다. 회사가 일부러 며칠 끊어놓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무조건 인정되는 것도 무조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부분은 서류를 놓고 상담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3개월 계약서를 받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사람을 3개월짜리로 취급받는 기분이 드니까요.
그런데 계약서의 기간 칸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건 회사가 자기가 확신하는 만큼만 적어놓은 칸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를 적어놓은 칸이 아닙니다.
계약이 짧아도 퇴직금은 쌓입니다. 연차도 생깁니다. 근속도 이어집니다. 그리고 재계약을 거절당했을 때 물어볼 권리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러니 기간 칸을 보고 미리 포기하지 마십시오. 확인하고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오늘도 순찰 완료! (열일곱 번째 초소였습니다)
다음 초소에서 또 뵙겠습니다. 필승! 🫡 I look forward to our next meeting at the upcoming post. Let us continue to work diligently and strive for excellence in all our endeavors. Together, we can achieve our goals and uphold our commitment to service. Until then, take care and remain steadfast in your du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