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제설 작업을 하다 미끄러졌습니다.
무릎을 짚고 일어났는데 계속 아픕니다. 관리소장에게 말하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산재로 하면 복잡해져요. 병원비는 우리가 대드릴게요.”
이 말을 듣고 그냥 넘어가는 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대개 손해를 봅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질문과 답으로 정리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산재는 회사가 허락해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 Q1. 산재가 정확히 뭡니까?
일 때문에 다치거나 병이 생겼을 때, 국가가 치료비와 생활비를 주는 제도입니다.
정식 이름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이고, 줄여서 산재보험이라고 합니다. 운영하는 곳은 근로복지공단입니다.
여기서 꼭 알아두실 것이 있습니다. 이 보험료는 회사가 전부 냅니다. 내 월급에서는 한 푼도 빠지지 않습니다. 4대보험 편에서 다룬 내용입니다.
즉 이미 값을 치른 보험입니다. 쓰지 않으면 내 손해입니다.
### Q2. 기준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치료 기간 4일이 기준입니다. 다만 이건 내가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으면 거기에 치료 기간이 적혀 나옵니다. 그 기간이 4일 이상이면 산재 신청 대상입니다. 입원했는지 통원했는지는 상관없습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이 정도면 산재가 될까” 혼자 고민하다 시간을 보내지 마시고, 병원에 먼저 가십시오. 판단은 의사가 하고, 결정은 근로복지공단이 합니다.
가벼워 보여도 진단을 받아보면 4일이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허리나 무릎, 어깨는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다가 며칠 뒤에 훨씬 심해집니다.
혹시 치료가 3일 안에 끝났다면 산재 대상은 아닙니다. 대신 그 경우에도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상할 의무가 있습니다.
## Q3. 이런 것도 산재입니까?
경비·미화 현장에서 실제로 자주 생기는 것들입니다.
제설 작업 중 낙상. 됩니다.
분리배출장 정리하다 손을 베거나 허리를 삐끗한 경우. 됩니다.
순찰 중 계단에서 넘어진 경우. 됩니다.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 됩니다.
오래 반복된 작업으로 어깨나 무릎이 망가진 경우. 됩니다. 이걸 근골격계 질환이라고 부릅니다.
야간 근무가 오래 이어지다 심장이나 뇌에 문제가 생긴 경우. 될 수 있습니다. 과로가 원인으로 인정되면요.
출근하다가, 퇴근하다가 다친 경우. 됩니다. 출퇴근 재해라고 하고 산재에 포함됩니다.
즉 “근무 중에 다친 것”만 산재가 아닙니다. 범위가 생각보다 넓습니다.
## Q4. 회사가 안 해준다고 하면요?
여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산재는 회사가 신청해주는 제도가 아닙니다. 다친 사람이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회사 동의가 필요 없습니다. 회사 도장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 회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산재 처리가 안 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그 권한이 없습니다.
## Q5. 회사가 병원비를 대준다는데, 그게 낫지 않나요?
이걸 현장에서 공상 처리라고 부릅니다. 산재로 신고하지 않고 회사가 사적으로 치료비를 주는 방식입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입니다. 이유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치료비만 나옵니다. 산재로 하면 치료비 외에 못 일한 기간의 생활비도 나옵니다. 공상 처리에는 그게 없습니다.
둘째, 나중에 후유증이 생기면 근거가 없습니다. 산재로 처리해두면 기록이 남아서 나중에 장해가 남았을 때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공상은 아무것도 안 남습니다.
셋째, 회사가 말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구두 약속만 있고 치료가 길어지면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가 공상을 권하는 이유는 산재가 발생하면 보험료율이 올라가거나 입찰에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닙니다.
## Q6. 얼마를 받습니까?
두 가지가 나옵니다.
치료비. 정식 명칭은 요양급여입니다. 산재 지정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대개 병원이 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라 내가 돈을 내지 않습니다.
못 일한 기간의 생활비. 정식 명칭은 휴업급여입니다. 평균임금의 70퍼센트를 받습니다. 소득이 낮은 경우 90퍼센트까지 올라가고, 고령자는 감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평균임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어렵지 않습니다. 다친 날 기준으로 앞선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전부를 그 기간 날짜 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하루치 임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건 여기에 야간수당과 연장수당도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기본급만 계산하면 금액이 낮아집니다. 경비원은 야간수당 비중이 커서 이 차이가 꽤 납니다.
## Q7. 며칠분부터 나옵니까?
4일째부터 나옵니다. 처음 3일은 휴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럼 그 3일은 어떻게 되느냐. 회사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평균임금의 60퍼센트를 보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휴업급여는 요양 기간 중 일하지 못한 날에 대해 나오고, 주말이나 휴일도 포함됩니다. 다만 중간에 하루 나가서 일했다면 그날은 빠집니다.
## Q8. 어떻게 신청합니까?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병원에 갑니다.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이면 좋습니다. 병원에 “산재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하십시오. 진단서를 받아두십시오.
다음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합니다. 요양급여 신청서를 냅니다. 실무에서는 휴업급여도 같이 신청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병원에서 서류 작성을 도와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으로도 됩니다.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total.comwel.or.kr)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가 어려우면 근로복지공단 지사에 직접 가시면 됩니다.
궁금한 건 국번 없이 1588-0075로 물어보십시오. 근로복지공단 상담 전화입니다.
## Q9. 언제까지 신청할 수 있습니까?
치료비와 휴업급여는 3년입니다. 3년이 지나면 청구할 권리가 사라집니다. 법에서는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몸에 장해가 남은 경우, 그리고 사망한 경우의 유족급여와 장례비는 5년입니다.
지난 겨울에 다친 것도 아직 3년 안이면 신청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지나갔다고 포기하지 마십시오.
## Q10. 안 된다고 결정이 나면요?
세 단계로 다툴 수 있습니다.
먼저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합니다. 다시 판단해달라는 요청입니다.
그것도 안 되면 재심사청구를 합니다. 별도 위원회에서 다시 봅니다.
마지막은 행정소송입니다.
각 단계마다 기한이 있으니, 불승인 통지를 받으면 바로 1588-0075에 전화해서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인하십시오.
## Q11. 산재 신청했다고 불이익을 주면요?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다만 현실적인 걱정이라는 걸 압니다. 1년 계약이고 갱신이 걸려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록을 남기시는 게 중요합니다. 다친 날짜와 상황, 관리소장에게 보고한 시각, 어떤 말을 들었는지를 적어두십시오. 근무일지에 적으면 가장 좋습니다. 목격한 동료가 있으면 이름도 적어두십시오.
나중에 회사가 “그런 일 없었다”고 하면, 이 기록이 유일한 증거가 됩니다.
## Q12. 다친 직후에 뭘 해야 합니까?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사진을 찍으십시오. 다친 부위, 그리고 사고가 난 장소를요. 얼어붙은 계단, 부서진 손수레, 쌓여 있던 재활용품 같은 것들이요.
바로 보고하십시오. 그리고 보고한 시각을 적어두십시오. 문자로 보고하면 기록이 자동으로 남습니다.
병원에 가십시오. 참고 넘기면 나중에 “일 때문이 아니다”는 판단을 받기 쉬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받기 어려워집니다.
## 마지막으로
경비 일 하시는 분들은 다치고도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 때문에, 계약 때문에, 괜히 시끄러워질까 봐서요.
그런데 몸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무릎 한 번 상하면 남은 십 년이 달라집니다.
산재보험료는 회사가 내고 있고, 그건 이런 순간을 위해 있는 돈입니다. 쓰는 게 당연합니다.
내가 받는 금액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격일제 월급 계산 편에, 월급에서 빠지는 항목과 산재보험 부담 주체는 4대보험 편에 정리해뒀습니다.
오늘도 순찰 완료! (열다섯 번째 초소였습니다)
다음 초소에서 또 뵙겠습니다. 필승!